나트랑 비타민 스파에서 보낸 오후 (긴 글 양해 부탁드립니다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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혼자 떠난 나트랑 여행 사흘째였습니다 앞선 이틀은 바다며 시장이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더니 낮 동안 해변을 조금 걸었을 뿐인데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더는 못 걷겠더군요 어디 시원한 곳에서 몸이나 좀 풀자 싶어 벤치에 앉아 폰으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후기를 한참 뒤적이다 비타민이라는 곳이 초행자에게 무난하고 가격 비교하기도 좋다 하여 그리로 발걸음을 옮겨 보기로 했습니다
그런데 가는 길에 환전소를 못 찾아 한참을 헤맨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우습습니다 분명 지도에는 근처라 나오는데 골목이 다 비슷비슷해서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돌았는지요 결국 지나가던 그랩 기사분을 붙잡고 손짓 발짓으로 물어 겨우 환전을 하고서야 목적지에 닿았습니다 땀에 흠뻑 젖어 문을 여니 에어컨 바람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네요
안에 들어서니 직원분이 코스를 차분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80분짜리와 120분짜리가 있었는데 이왕 쉬러 온 김에 넉넉하게 하자 싶어 저는 120분 코스를 골랐지요 미리 얘기 들은 대로 코스 값에 매너팁이 정해져 있어 나중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더 붙는 일이 없다 하니 계산이 명료해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런 데는 끝나고 돈 얘기로 얼굴 붉히는 일이 제일 신경 쓰이는데 그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좋더군요
방으로 안내해 준 관리사분은 얼굴이 참 존예라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다만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손끝이 야무져서 뭉친 어깨며 등허리를 강약을 달리하며 꾹꾹 눌러 주는데 그 리듬이 참 좋았습니다 여행 다니느라 굳어 있던 목덜미를 풀어 줄 때는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혹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분 안에 다른 사람으로 바꿔 준다고도 했지만 그럴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
코스 내내 과한 것 하나 없이 정갈하게 관리만 이어졌습니다 요란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제게는 오히려 이런 담백함이 딱 맞았지요 창밖으로 오후 햇살이 뉘엿뉘엿 기울어 가는 것을 곁눈으로 보며 나른하게 몸을 맡기고 있자니 스르르 잠이 들 뻔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의 고단함이 그 두 시간 동안 스르륵 녹아 내리는 듯했네요
끝나고 나오니 몸이 한결 가벼워 발걸음까지 달라졌습니다 계산은 처음 들은 금액 그대로였고 별도로 더 요구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나이 들어 홀로 여행 다니는 중년 사내에게 이만한 호사가 또 있을까 싶어 괜히 흐뭇해졌네요 젊을 적엔 이런 여유를 몰랐는데 이제야 몸 챙기는 재미를 알아 갑니다
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노을 진 나트랑 바다가 유난히 곱더군요 혼자 하는 여행이 이따금 조금 쓸쓸하다가도 이런 순간이 있어 또 짐을 싸게 되나 봅니다 혹 나트랑을 찾는 분이 있다면 첫날 무리해서 돌아다니지 마시고 이런 곳에서 여독부터 풀고 일정을 시작하시길 조용히 권해 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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