마흔 넘어 처음 나선 밤 이야기 길게 적어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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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흔이 넘고 나서는 이런 데 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온 출장 끝자락에 하루가 남았고 다들 한잔 하자기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적어놓고 보니 그날 저녁이 이번 여정에서 제일 오래 기억에 남네요 후기라는 걸 처음 써보는 터라 두서가 없어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
낮에는 섬 남쪽까지 다녀왔는데 햇볕이 어찌나 사나운지 모자 쓴 자리만 남기고 얼굴이 통째로 익었습니다 젊은 후배 하나는 물 사러 갔다가 이십분 만에 돌아와서는 길이 다 똑같이 생겼다며 억울해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예전 신입 시절 생각이 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늘에 앉아 있어도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여기 사람들은 긴팔을 입고 다니더군요 적응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
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후배들이 기어이 저를 끌고 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룸 등급을 먼저 정하라고 하더군요 일반 VIP가 시간당 사십오만동 슈퍼VIP가 육십만동 대형룸은 백사십만동이라고 했습니다 여섯이라 슈퍼VIP로 잡았고 시간당으로 계산된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한국식으로 세트 하나 시키면 끝나는 줄 알았던 저만 어리둥절했지요
주대는 따로였습니다 소주 한 병이 삼십구만동이라 서울 물가 생각하다 잠깐 멈칫했지만 맥주는 몇만동 수준이라 다들 맥주로 갈아탔습니다 도우미 한 명당 시간당 오십만동이라고 설명을 들었고 마지막에 부가세 십 퍼센트가 붙는다는 것도 미리 알려주더군요 저는 숫자를 적어두는 버릇이 있어서 그때그때 휴대폰에 메모해뒀습니다 나중에 정산할 때 이게 은근히 도움이 됐습니다
노래는 후배들이 다 불렀습니다 저는 팔십년대 노래를 골랐다가 목록에 없다는 소리를 듣고 조용히 물러났고 결국 마이크 대신 과일 접시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은 친구가 한국어를 몇 마디 할 줄 알아서 아저씨라는 호칭을 배워 갔는데 그날 이후로 후배들까지 저를 그렇게 부릅니다 이건 제가 자초한 일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방음이 잘 되는지 옆 룸 소리는 하나도 안 들렸고 우리 쪽 소음만 요란했습니다
계산은 셋이 나눠 냈고 처음 들은 금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습기가 훅 덮치는데 그게 이상하게 싫지 않았습니다 새벽 두시 가까운 시간에 다 큰 어른들이 편의점 앞에 쭈그려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으니 지나가던 현지 사람들이 힐끔거릴 만도 했습니다 그 장면이 며칠째 자꾸 떠오릅니다
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후배가 형님 다음에 또 오시죠 하길래 웃고 말았습니다만 사실 마음은 이미 반쯤 넘어가 있었습니다 나이 먹고 이런 글 쓰는 게 민망해서 여태 미뤘는데 저처럼 나이 핑계로 망설이는 분 계시면 재보지 마시고 그냥 한번 다녀오시라 적어둡니다 강추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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